어느 날 오후, 비닐봉지가 꾸는 꿈 이야기를 그린 동화. 전봇대 뒤에서 까만 비닐봉지 하나가 얼굴을 내민다. 은행알들과 꽃들도, 풀들도 모두 자기들끼리 어울려 노는데 비닐봉지는 혼자다. 그러나 어느 틈에 슬쩍 풀잎을 향해 날아가는 비닐봉지. 풀인 척하고 조심조심 풀숲에 앉지만 풀들이 그것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 가만히 바람이 불어오자 풀들이 비닐봉지에게 손짓을 한다. 간질간질 톡톡, 비닐봉지는 풀이랑 신나게 바람을 탄다. 그리고 하늘로 둥실 떠올라 전봇대만큼 높이 올라간 비닐봉지는 반짝반짝 빛나는 햇살에 눈이 부신다. 멀리서 다시 바람이 불어온다. 이제 비닐봉지는 어디로 떠날까?
 
어느 날 오후, 비닐봉지가 꾸는 꿈

전봇대 뒤에서 까만 비닐봉지 하나가 얼굴을 내밉니다. 은행알들과 꽃들도, 풀들도 모두 자기들끼리 어울려 노는데 비닐봉지는 혼자입니다.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지요. 그러나 어느 틈에 슬쩍 풀잎을 향해 날아가는 비닐봉지. 풀인 척하고 조심조심 풀숲에 앉지요. 풀들이 그걸 모를까요!

그런데 가만, 바람이 불어오자 풀들이 비닐봉지에게 손짓을 합니다. 같이 놀자고요. 간질간질 톡톡, 비닐봉지는 풀이랑 신나게 바람을 탑니다. 하늘로 둥실 떠오르기도 하면서요. 전봇대 꼭대기만큼 높이 올라간 비닐봉지는 반짝반짝 빛나는 햇살에 눈이 부십니다. 멀리서 다시 바람이 불어옵니다.

자, 이제 비닐봉지는 어디로 갈까요?



외톨이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면

<비닐봉지풀>의 앞면지에는 몸을 수그리고 무언가를 바라보는 아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본문의 주인공은 비닐봉지이고, 아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이는 어디로 가 버린 걸까요?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야 우리는 다시 아이를 만납니다. 비닐봉지를 좇으며 종알대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그 아이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이는 책 밖의 화자이자 <비닐봉지풀>의 또 다른 주인공입니다. 그저 바람 따라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비닐봉지를 보면서 비닐봉지가 외로워서 풀인 척한다고 생각하는 외톨이 아이.

누구나 혼자일 때 외로움은 살며시 찾아옵니다. <비닐봉지풀>은 가만히 다가와 등을 기대는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이자, 외로움이 자유로움으로 승화되는 순간을 보여주며 위로를 건네는 책입니다. 점점 풀빛으로 변해가는 까만 비닐봉지를 눈여겨 보세요.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이 나지만, 뒷면지에는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드는 아이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우리는 바람이 되어 날아간 비닐봉지처럼 아이 역시 뒤돌아 씩씩하게 걸어갈 것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하찮은 비닐봉지에 생명을 불어넣다

<비닐봉지풀>은 기획에서부터 책이 완성되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습니다. 그 기간 동안 원고도 다듬고 또 다듬었지만, 그림도 진화를 거듭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오승민은 기존의 스케치에서 본문에 등장했던 아이를 면지로 옮기면서, 친절하지만 설명적이었던 스타일을 과감하게 버리고 절제미가 돋보이는 강렬하면서도 간결한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배경을 생략한 대신 자유로운 드로잉으로 비닐봉지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에 집중했습니다. 풀과 동화되며 검정에서 점차 풀빛으로 변해가는 비닐봉지의 모습은 열 마디 말보다 전달력이 뛰어납니다. 마지막 장면, 거의 투명하게 변해 나비처럼 자유롭게 날아가는 비닐봉지는 외로움이 자유로움으로 확장되는 순간을 보여주면서 가슴이 확 트이는 감동을 선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