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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 시인의 첫 번째 산문집. 시라는 본업을 벗어나 시인은 왜 산문집을 세상에 내놓았을까? ‘시인의 말’에서 어렴풋이 그 이유를 엿볼 수 있다. “살고 있는 사람들이 귀해져 간다. 고통을 견디는 데, 고통을 피하는 데 바치기에도 인생 백 년은 턱없이 모자란 것일까. 그런 취생몽사일까. 평안이 죄가 되는 곳에서, 좀 살 것 같은 상태란 게 꿈에 떡 얻어먹듯 희한한 일이 아니라, 가끔 맞는 휴일 같았으면 좋겠다.”

이 산문집은 여느 산문집과는 다르다. 시 같은 산문들이 불쑥불쑥 얼굴을 내밀고 글에는 따로 제목이 없다. 이렇게 된 연유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 책 속에 있다. “시인은 제 정신의 어느 행로에선가 자신 없게 아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자신 있게 모르는 사람으로서 쓴다. 이 용기 외에 달리 무엇을 시라 부를까.” 산문을 쓴다 해도 시인은 여전히 ‘자신 있게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제목도 달리 없고 산문이 때로 시의 몸을 지니게 되는 것.

세월호, 남의 시, 누군가의 소설, 시인들과의 술자리, 만화방, 바둑, 복싱 경기....시인은 이 산문집에서 많은 것들을 읽어낸다. 단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을 집요하게 읽어내고 생각해내기 위하여 노력한다. 그의 노력에 대하여 소설가 김애란은 이렇게 쓰고 있다. “문학은 여전히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이 많지만, 때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 건 무언가를 ‘생각한’ 이가 아닌 ‘생각해내는’ 이임을, ‘기어코 생각해낸’ 존재들이었음을 믿는다. 그 믿음을 배운다.”시집과 산문집은 그 태생이 다르다고 믿는 독자라면, 꼭 이 책을 펼쳐보기를 바란다. 시의 힘과 산문의 힘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보기 드문 장관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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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 시인의 첫 번째 산문집
시와 산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열린 단상들


이영광 시인은 지금까지 네 권의 시집을 세상에 내놓았고 2011년엔 미당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그의 첫 번째 산문집이다. 산문집이라고 해서 누구나 예상하는 그런 전형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다. 편편마다 으레 달려있어야 할 제목도 없을 뿐더러 얼핏 시로 보이는 짧은 산문들이 도처에 출몰한다. ‘시인의 말’에 의하면 이 책의 글들은 “작년 올해 시가 안되던 시간에 어지러이 적어두었던 단상들을 손질해서” 내놓는 것이다. 시인의 단상은 시와 산문의 경계에 존재한다. 한걸음 더 가면 시가 되고 한걸음 더 가면 산문이 되는 그 다리 위에 이 책이 놓여있다.

시와 산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글쓰기를 시도하면서 시인은 모든 것의 ‘경계’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살고 싶은 것, 그것이 죽음이다/ 죽고 싶은 것, 그것이 삶이다” “숨 쉬는게 삶이고 숨 멈추는게 죽음이다. 숨을 참을 수 없듯 삶은 참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살아가고 살아가지는 것, 그래서 참을 수 있는 것이 죽음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생각하거나, “시는 일종의 무장해제의 경험이다. 시인은 제 정신의 행로에선가 자신없게 아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자신 있게 모르는 사람으로서 쓴다” 앎의 모름의 경계에 놓여진 시인의 존재를 고민한다. “일도양단은 허망한 과격이다.” 이분법적인 논리로 양단하고 한쪽의 논리만을 강요하는 세계를 향하여 때로 시인의 목소리는 거칠어진다.

앎과 모름, 삶과 죽음, 긍정과 부정....
세상의 모든 경계를 사색하는 시인의 목소리


이 책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잠언(箴言),감시(感時),시화(詩話)... 잠언은 시인의 일상에서 떠오르는 수많은 단상들이 춤추는 무대와 같다. 감시는 세월호 침몰 당시, 시인이 겪어냈던 공감과 아픔이 선연하게 새겨진 고통의 벽이다. 시화에 이르면, 시인은 오랜 세월 시와 하나 되려고 노력했던 사람만이 들려줄 수 있는 눈부신 통찰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이 책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시가 과연 시가 맞는지 더 깊이 사유하게 한다. 더 나아가 삶과 죽음, 앎과 모름, 긍정과 부정....세상의 모든 경계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때로 경계를 뛰어넘는 황홀한 순간이 우리를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사실을 환기시켜준다. “시는 삶보다 작다. 하지만 시가 삶에 육박하거나 홀연 그것을 능가하는 듯한 순간이 있다. 이 이상한 도약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시는 쓰기 어렵다”
“Yes, I Can't"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는 문법적 오류로 끝난다. 긍정은 긍정끼리, 부정은 부정끼리 만나야 한다는 세상의 통념을 향하여 긍정과 부정이 공존할 수 있음을 말하는 시인의 목소리, 단단하고 우렁차다.

목차 TOP

잠언
76편의 글

감시
45편의 글

시화
73편의 글

저자소개 TOP

이영광 [저]

1965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영문과와 동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8년 《문예중앙》에 「빙폭」 등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직선 위에서 떨다』 『그늘과 사귀다』 『아픈 천국』 『나무는 간다』 『끝없는 사람』이 있다. 2008년 노작문학상, 2011년 지훈상과 미당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mail: leeglor@hanmail.net